광화문 점심 #29 황부자 순두부찌개 냠냠

회사 근처 어느 골목에 가면 북어국집, 순대국집, 그리고 찌개집이 나란히 세 개 붙어있다. 오늘 을지로 지하도에 있는 분식집에 가볼까 하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마음을 바꿔 그 골목으로 향했다. 북어국집은 점심시간에 보면 항상 긴 줄이 있는데, 해장이 필요한 날은 아니라 북어국집을 지나쳐 순대국을 먹을까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찌개집이 옆에 있는지 모르고 있어 순대국집에 들어가려는 찰나, 북어국집 앞에 줄을 서있던 분들이 '황부자' 라는 찌개집을 가리키며 이 집도 맛이 괜찮으니 기다리지 말고 그냥 찌개집에 가자고 하며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고 나도 무언가에 이끌린 듯 같이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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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28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안으로 들어가면 가게가 작아 보이는데 알고보면 방들이 죽 이어져서 (나중에 찾아보니 황부자 뒤편에 있는 "낙동강"이라는 식당과 이어진, 하나의 식당이라고 한다) 가게 앞에 써있는 메뉴는 된장찌개, 순두부, 콩비지찌개였다. 그 중 순두부 찌개를 시켰다. 

순두부찌개 (8000원) - 직장인이 한끼 때우기 적당하다.

*오늘의 국어 = 한끼 "때우다"가 맞는 표현이고 "떼우다" 는 "자식이나 형제를 잃다라는 뜻이며 '떼이다'의 북한말이다." (출처: 중앙일보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44412) 이제까지 "떼우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 포스팅 하면서 한국어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기쁘다.

반찬은 반찬통이 있는 쟁반과 덜어 먹을 수 있는 그릇을 주신다. 김치, 채썬 무, 무말랭이무침, 콩나물, 시금치가 있다. 같이 나오는 계란 후라이와 김, 상추가 담긴 보울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고추장도 있는데, 나는 비빔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지라 비빔밥은 패스하고 계란밥처럼 밥만 비벼서 반찬과 함께 먹었다. 순두부찌개는 통통한 오징어살과 새우, 조개가 들어있고, 계란은 나오기 전에 찌개 안에 미리 풀어 익혀 주는 스타일이다. 국물이 꽤 맑아 시원하고 밥도 술술 넘어가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여담으로,

나이가 들어 그런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서 평일 점심값으로 6000원 정도가 아깝지 않은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먹고 싶은 것에 돈을 아끼지 않지만, 직장 생활 하면서 점심식사란 먹고 싶어서 사먹는다기 보다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게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먹어야 하니 더 가격이 신경 쓰이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물가가 올라 체감상 이제는 어느 식당에 제대로 앉아서 밥을 한 끼 먹으려면 8000원이 기준점인 것 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얘기해도 여의도 점심값이 체감상 평균 10000원 정도인 것에 비해 훨씬 낫다.) 뭐, 8000원 정도 내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날과 라면이나 김밥으로 때우는 날의 평균을 내 보면 내 하루 점심값은 그래도 아직 6000원 언저리이긴 하다. 

실제로 뉴스를 보면 올해 집계된 직장인 평균 점심 밥값은 6230원 (http://datanews.co.kr/site/datanews/DTWork.asp?aID=20180614144312767), 지난해 6100원에 비해서 130원 올랐다. 특히 이 중 편의점에서 점심을 사 먹는 사람들의 평균은 4840원에서 5460원으로 올랐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편의점에 납품하는 기업들 보다도, 매일 손님과 대면하며 옆 가게와도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식당은 가격을 올리기 힘들어서일까. 또 드는 다른 생각은, 한달에 약 20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일 교통비 2000원대 후반 정도에 6000원 밥값을 치면 10000원이다. 이것도 서울에 살며 서울 안에서 출퇴근하고, 저녁은 집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은 액수다. 즉, 한달에 아주 적어도 20만원은 오직 "일을 하기 위해" 노동자가 온전히 지불하는 하는 돈이다.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