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at Libre D'Orange 에따 리브르 도랑쥬 - You or Someone Like You 뷰티

오랜만에 향수 리뷰를 하러 돌아왔다. 이번 주는 motd도 "샘플을 써보는" 한 주이기 때문에 향수도 샘플 받은 것을 뿌려보기로 했다. 작년 3월 파리에 갔을 때 에따 리브르 도랑쥬의 부티크에 들려 향수를 세 개 샀는데, 샘플을 여러 개 넣어줬다. 그 중 하나. You or Someone Like You는 에따 리브르 도랑쥬에서 꽤 최근에 런칭한 향수인데, LA를 모티브로 한 향수라고 한다.

뿌리자마자 가장 처음 드는 생각은 "모히또!" 이다. 그런데 민트를 갓 짓이기고 시트러스를 짜 넣은 음료의 향이라기엔 약간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고 쿠바 어느 해변에 있느냐, 라면 그건 또 아니다. 굳이 나눠보자면 굉장히 정제되고 먼지 한톨 없는 수영장에 가깝다. 입생로랑 베이비돌에 등장하는 류의 톡 쏘는 시원한 자몽의 향기도 난다. 자꾸 코를 손목에 가져가 맡게 되는, 매력적인 탑노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고 첫 노트의 여운이 가시면 흔하디 흔한 화장실 방향제/세제의 향을 연상하게 하는 향수로 변하면서 (아마 그래서 정제된 느낌을 처음에 받았는지도 모른다) 과연 이 가격표가 납득이 갈만한 니치향수인가 하는 의문스러움이 드려는 찰나...! 갑자기 달큰한 카시스와 장미의 향이 확 드러난다. 마치 새로 다른 향수를 뿌린 것 처럼.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잔향은 비누향쪽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익숙한 머스크로 마무리 된다. 

에따 리브르 도랑쥬의 향수를 뿌릴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잘 활용하는 향수라는 것이다. 시차를 두고 하나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특징적인 향들이 미장센의 변화를 주고, 그것이 마치 향수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준다.


향수의 상세 페이지를 봐도 그렇다 "olfactory landscape painting"이 아니라고. 화폭에 담길 듯한 정적인 향이 아니라 "Possibility", 즉 가능성의 향수라고. 

뭔가 예전에 글쓰기 연습 중에서 첫 문장만 보고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 쓰게끔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You or Someone Like You 는 그 과제를 연상하게 한다. 

꿈을 기억하려고 할때 그렇듯 아슬아슬하게 손아귀에 잡힐듯한 이미지가 머릿속을 지나다닌다. 어떤 이미지는 또렷하고 어떤 이미지는 흐릿하고 애매하다. 꿈에서 깬 후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해 줄 때, 꿈속의 어지러운 세계에 줄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거짓말을 해 본적이 있나? (갑자기 꿈의 결말이 생각이 안나서 지어냈다던가 하는.) 나는 사실 그런 적이 있는데 이 향수를 맡고 글을 쓸 때 드는 기분은 그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뚜렷한 스토리나 상징성이 없는 (혹은없다고 보여지는) 조각 조각의 요소가 나에게 주어지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지어내 보고 싶은 그런 느낌 말이다.

You or Someone Like You는 그런 의미에서 이름에 충실한 것 같다. 너, 또는 너와 비슷한 사람. 어떤 것과 어떤 것이 아니지만 그 비슷한 것. 비슷하다는 것이 어떤 것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할 수도 있고,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할 수도 있다. 모히또 일수도, 모히또와 비슷하지만 모히또가 아닌 것일수도 있는 그런 애매함. 내가 예전에 특정한 곳에서 마시던 바로 '그' 모히또의 향기일수도 있고, 그 모히또는 이제 없지만 그 모히또를 생각나게 하는 비슷한 모히또의 향기일 수도있다. 나아가 모히또를 연상시키는, 모히또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의 향기일 수도 있다. 그정도로 향수 자체가 쉽사리 어떤 고정된 이미지에 묶일 법 하다가도 묶이지 않는다.

즉 단정 지을 수 없는 애매함이 이 향수의 주제로 다가온다. 내 기억과, 실재하는 세상과, 관념 사이에서 부유하는 어떤 것.

에따 리브르 도랑쥬을 보고 마케팅만 번지르르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케팅도 어차피 제품디자인의 일부라고 생각될 만큼 정교하고 기술적으로 한다면 크게 문제 없지 않을까. 오히려 향수를 사용하는데 있어 소비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그 향수를 음미하기 쉽게 만드는 마케팅이라면, 곰곰히 내가 쓰는 제품에 대해서 생각을 한번 해보게 하는 마케팅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단순한게 좋지만, 그래도 어쩔 땐 복잡한게 좋을 때도 있다.

(써놓고 나서 보니 리뷰라기 보다는 그냥 감상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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