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서울 같은 남자. 연애



1. R이 곧 파리에서 영국으로 이사를 간다고 연락이 왔다. 파리가 더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슬프다고 한다. 그래도 넌 항상 "파리에서온" R일거라고 달래줬다.

2. 난 네가 내 것이 아니어도 좋은데. 그래도 네가 내 것이 아니라 슬픈 것과 마찬가지인가.

3. 서울에 대해 생각해 봤다. 12년간 서울에서 멀어져 살았었지만 내가 돌아왔을 때, 뭔지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편했던 느낌. 언제든 날 위해 기다려주고 있는 도시. 그러다가 불현 듯 변해서 날 당황스럽고 슬프게 하는 오래된 친구 같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서울을 보면서 내가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즐겁고 슬펐던 시간이 묻어있는 곳. 바람이 불면 그때 그 향기가 희미하게 스쳐 사람을 설레게 하는 나의 서울. R과 잡담을 하며 뭔가 포근하고 편한 감정이 들었다. 그와 내가 있는 메신저 대화방이 뭔가 서울 같다는 느낌. 비오는 날 담요같은, 그런 느낌. 

4. R에게 말을 걸고 싶은 날은 생각해보면 그런 날이다. 주말에 다른 어중이 떠중이들이랑 데이트를 하다가 이만한 사람 없다는 생각 들 때.

5. R은 29살이 되어도 별일이 없다면 프랑스어 교사로 일본에 가겠다고 했다. 난 그러면 서른인데.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

6. 틴더는 너무 어려워. 지금 열심히 꼬셔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새로운 사람 만나는건 참 귀찮은 일이야.

7. S는 전 여자친구한테 데인 기억에 아무도 믿질 못하겠다고 나랑 연애감정을 키우기 어렵다는, 만약 변명이면 쓰레기이고 진심이면 불쌍한 그런 말을 하길래 친구로 만나고 싶으면 만나되 그런게 아니면 더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덧글

  • 2018/06/26 10:06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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