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대박사건 연애

6.

저번 주 P라는 사람과 데이트를 했다. 재니스 조플린 음악이 나오는 뮤지컬 티켓을 자기가 사겠다길래 엄청 기대를 했다. 재니스 조플린의 Summertime은 내 인생곡 중 하나이고, 조플린의 음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니, 만나기도 전에 호감이 갔다. 하지만 막상 한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로 가려니 당일은 조금 귀찮기도 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하철이 고장나는 바람에 도착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미안해서 와인 한잔을 내가 사고, 원샷하고, 극장으로 갔다.

1막이 열렸고, 와인과 음악에 취해 오늘 P와 조금은 끈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공연을 즐겼다. 인터미션 때였다. 공연 전에 미리 지불해 예약해 놓은 와인 두잔이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1막이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얘기하던 찰나,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중년: "너 P지?"

P: "절 어떻게 아세요?"

중년: "(나를 보며) 얘 잘 알아요? 얘가 어떤짓을 했는지 아세요?"

나: "어떤짓을 했는데요?"

중년: "(길을 가는 P를 찍은 사진들을 나에게 보여주며) 내 14살짜리 딸 치마 밑으로 몰카 찍던 놈이에요."

오우 팝콘 어딨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음을 하려고 폰을 잠깐 찾았으나, 도저히 몰래 녹음을 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참았다.
중년 남성과 P는 약간의 다툼을 했고, 옆 테이블의 다른 남자가 다가와선 다른 사람들 분위기 망치지 말고 밖에 나가서 해결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중년 남성은 나에게 "P와 얼마나 잘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놈이라는걸 알아야 할거 같아서 얘기해주러 왔어요" 라며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황이 너무 웃겼지만 일단 나는 학교에서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한다는 것을 배웠기에, 포커페이스를 하고 P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여자애가 난 몇살인지도 몰랐고, 나랑 눈이 자꾸 마주치길래 나한테 호감을 표시하는줄 알았어."
P는 자신이 절대 몰카를 찍지 않았으며, 경찰이 자기를 조사했을 때도 순순히 폰을 내줬으며, 결국 혐의를 벗어났다고 했다.

거기까진 좋다. 오해일 수도 있고, 하지만 정말 적신호가 온 것은 바로 다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애가 엄청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촉이 딱 왔다. 이새끼 몰카범 맞구나. 사실 그때 세상의 모든 여성을 대표해서 뺨 한대를 쳐주고 와인을 뿌려주고 집에 갈 수도 있었지만, 재니스 조플린 공연의 2막을 끝까지 다 보고 싶었고, 그래서 연극이 끝나고 집으로 간다니까 자기 집에서 자고 가도 된다고 한다. 말이돼? 내가 어떻게 ㅋㅋㅋㅋ

기차 시간까지 한시간이나 남아서 술을 더 사준다길래 공짜술인데 뭐 어때 하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잔 더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엉덩이를 쓰다듬는 그의 손을 느끼고 아 이새끼 완전 안되겠네 싶어서 정색하고 만지지 말라고 하고, 다시 와인 원샷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제가 세상 멀쩡해 보이는 몰카범이랑 데이트를 했어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몰카범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그리고 중년 남성분, 저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글

  • 2017/07/01 13: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7/01 21: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7/03 17:2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7/04 12: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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