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 리브르 도랑쥬 - 퓌땅 데 팔라스 개봉기 뷰티

*주의* (위생상 더러운 얘기와 19금 포함) 적나라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는 얘기가 많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께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뒤로가기 하셔도 좋습니다)

몸에서 나는 분비물의 냄새를 음미해 본적이 있나요? 음미, 라고 하면 너무 즐기는 것 같으니까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흥미를 갖고 이 냄새가 뭔가, 하고 개 처럼 킁킁대 본 경험 말이죠. 배꼽파고 나서의 꼬릿한 냄새라던가, 귀지의 쿰쿰한 냄새, 팬티에 말라 붙은 꾸덕한 분비물의 시큼찝찔한 냄새, 먹고 마시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변의 냄새말이에요. 냄새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새롭기도 하고, 그러면서 반대로 익숙하기도하고, 역한데도 계속 맡아보게 되는 냄새요.

그중에서도 여성(女性) 을 만지다가 손에 묻은 물이 말랐을 때 냄새를 아시나요. 손가락을 코 가까이에 대고 크게 한숨 들이쉬면 텁텁한 땀냄새가 어렴풋이 나는데 그 위를 덮는 머스크와 달콤한 아기 분 같은 냄새가 나서 후 하고 내쉬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냄새. 그러면서도 약간은 그 물질 자체에 대한 금기 때문에 다시 흥분되는, 분명 "향기"는 아닌데 싫지는 않은 그런 냄새요.

에따 리브르 도랑쥬 Etat Libre D'Orange의 퓌땅? 퓨탱? 데 팔라스는 위에서 말한 저 냄새가 뭔지 정확히 알고나서 맡으면 조향사의윙크와 농담처럼 느껴지는 향수입니다. 절대 우아하고 고상한 "섹시한 향기"가 아닙니다. 약간은 역겹지만 계속 맡고싶은 "야한 냄새"죠. 고급 호텔의 창녀 (퓌땅 드 팔라스)라는 이름에 걸맞게요. 

처음에는 머리아픈 꽃 냄새가 나는데, 자연적인 신선한 꽃이 아니라 할머니의 립스틱과 화장품에서 날 법한, 무겁고 독한 꽃냄새 입니다. 하지만 탑노트가 날아가면 곧 가죽, 향신료와 분 냄새가 올라오면서 더 부드러운 냄새로 변합니다. 여기서 향신료 (넛맥인거 같습니다) 냄새때문에 약간 땀냄새처럼 느껴지는 일각이 있습니다만 (땀냄새가 어쩔 때는 카레냄새랑도 비슷하잖아요ㅋㅋ)... 그 때문에 더 원초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은유적인 베이비 파우더향이 코끝을 간지럽히죠. 

향수의 전반적인 진행이 샤워를 하고, 장미와 바이올렛향의 화장품으로 치장했던 여자가 한번 젖었다가 마르는 과정 자체를 따라갑니다. 창녀의 냄새란 이런 것이다! 라고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이 창녀의 이야기를 들어봐, 하고 스토리텔링이 확실한 향수라는 거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지막에 남는 향은 앰버와 생강, 그리고 분냄새로 굉장히 무난하고 얌전해 집니다. 즉 와일드했던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향이 나는데, 또 웃긴건 그러다가도 갑작스럽게 마치 기억의 잔상처럼 그 야한 잔향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분명히 "향기"는 아닌데 싫지 않은 냄새. 훅 치고 들어오는 육체의 냄새에 얼굴을 붉혔다가도, 조향사의 위트에 한번 더 웃게되는 냄새. 니치향수이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닌가 싶네요.

에따 리브르 도랑쥬를 제가 좋아하게 된 이유, 그리고 그중에서도 향이 훨씬 "통상적으로" 예쁘고 좋았던 라이크디스보다 퓌땅을 먼저 산 이유는 바로 향을 경험하게 해준 향수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향수. 그중에서도 굉장히 구체적인 한 여자: 몸에 걸친 고가의 옷과 화장품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는 아닌, 오히려 자신이 그 물건들과 어우러지지 못해 약간은 촌스러운,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여자. 그런 여자의 한 순간에 대한 글을 읽은 느낌입니다.


덧글

  • 별일 없는 2016/09/10 08:00 #

    표현이 쩌네요
  • 포도젤리 2016/09/10 11:58 #

    ㅋㅋ 감사합니다
  • 청순한 사냥꾼 2016/09/10 08:17 #

    이거시 사실은 페로몬향수(라고 불리우는것들)가 진정 추구하는 향 이었을까요. 이런 향수의 존재에 (그리고 포도젤리님의 글에) 뭔가 충격..
  • 포도젤리 2016/09/10 12:01 #

    그쵸 결국 자신의 분비물을 바르는게 (으익) 진짜 페로몬이겠지만요 ㅋㅋㅋ
  • 하늘여우 2016/09/10 08:31 #

    뭔가 와인 마시고 그 맛을 평가하는듯한 (친절한 해설과 곁들여서) 글이네요. 재미있어요.

    그래도 제가 쓰고 싶진 않네요...
  • 포도젤리 2016/09/10 12:05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함부로 남에게 추천할 향수는 아닌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제 코에 좋아도 제가 뿌리는 것 또한 약간은 민폐/이기적인것 같아서 망설이게 되네요
  • 2016/09/10 09: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10 12: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넷아트 2016/09/10 09:42 #

    헐 여자의 음부의 향을 닮은 향수가 나온다고 해서 유머로만 봤었는데 진짜 그런식의 향수를 시판하는 거였군요 ㄷ ㄷ
  • 포도젤리 2016/09/10 12:07 #

    ㄷㄷ 그렇습니다 그래도 상당히 은근한 음부의 뉘앙스정도의 느낌이라 생각보나는 무난합니다... 흔히 말하는 생선/치즈의 비린내는 아니라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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