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까지 코덕인 내가 네이키드를 단 하나도 소장하고 있지 않았었다는게 사실 스스로도 놀랍다. 하지만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네이키드 1 은 내 구매욕을 끌어당기기엔 너무 핑크와 골드와 브라운이 난무하는 무난한 느낌이었고 (하하 "난무하는 무난함"),
2 는 뭐어어어언가가 마음에 안들었다. 아니, 사실 왜 마음에 안들었는지 콕 찝어 말할 수 있다. 매트한 검정 섀도가 이유없이 짜증났다. 매트한 검정섀도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같다. 파레트마다 끼어드는 낄끼빠빠를 모르는 놈. 마치 한동안 나스 블러셔 팔레트마다 오르가즘이 들어있었듯이 말이다.
3 은 보기에는 너무 예뻤지만 핑크는 뱉어내는 얼굴을 가진터라 자제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4가 나왔다. 그것도 네이키드 4 가 아닌 네이키드 스모키라는 이름과 함께.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끝내주는 케이스에.
무쌍도 아니고 화장하기 힘들다는 속상한 속쌍이기 때문에 스모키아이는 뭔가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졌다. (눈에 열심히 그려봤자 눈을 뜨면 없어지는데 ㅠ^ㅠ)
회색이나 블랙섀도를 라인따라 찔끔 칠해놓고 스모키화장이라고 할거라면, 이미 그런것 쯤은 매일 하고있었고, 그렇다면 네이키드 스모키같은 거창한 무기는 필요없다.
즉, 이왕 스모키아이를 할거면 all or nothing. 눈에 뽷! 하고 제대로 얹어줄 것 아니면 하지말자는게 지론이었다.
그런데 언프랩에 나오는 트루디나 치타처럼 인위적으로 크리즈랑 아이홀을 그리는건 싫고, 그러나 덕지덕지 눈에 바르고는 싶고, 그러면서 동시에 우스꽝스럽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스모키화장을 해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코덕질 메덕질 n년 하다보면 결국 그날이 온다. 나한테 없는 색과 내가 안해본 화장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그날이.
그래서 생일도 맞은 겸 하여 드디어 네이키드 시리즈중 제일 까리한 놈에 도전하게 되었다.
1, 2, 3과 달리 스모키는 테스트도 안해봤지만 난 알았다. 내가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놈은 나에게로 날아와 꽃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예상대로 네이키드 스모키는 내 화장대의 꽃이 되었다.
12가지 색상인데 왼쪽 4개는 쉬머, 가운데 4개는 새틴, 오른쪽 4개는 매트타입이다.
**털 주의**
[쉬머]
왼쪽부터 High, Dirtysweet, Radar, Armor.
바셀린광은 아니다. 나는 뭔가 크림섀도우나 로레알 인펠리블 같은 빽빽하고 무른 피그먼트를 상상했는데, 그또한 아니다.
그러나 예쁘다. 일단 텁텁함이 전혀 없고, 얇게 겹겹이 레이어로 쌓인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섀도우의 "투명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인 smolder (스모키한 짙은 플럼/보라색)위에 네가지 섀도를 얹어봤다. 나머지 셋에 비해 탁한 더티스위트 (가운데) 를 제외한다면, 스몰더가 그대로 비치는 걸 볼 수 있다.
[새틴]
왼쪽부터 Slanted, Dagger, Black Market, Smolder.
확실히 쉬머섀도우들 보다는 손으로 발색하기엔 뻑뻑하다. 그렇지만 브러쉬로는 아무 문제 없다.
쉬머섀도우들 처럼 얇게 한겹씩 쌓아 올릴수록 예쁘다는게 강점.
그리고 얇게 발리기 때문에 블렌딩하기도 쉽고, 대체적으로 다루기가 쉽다는 것을 화장해보면서 느꼈다.
넷 중에서는 스몰더와 블랙마켓을 더 잘 쓸 것 같긴 하지만, 슬랜티드와 대거도 가끔 기분 낼 때 쓸 것 같아서 신난다.
[매트]
왼쪽부터 Password, Whiskey, Combust, Thirteen.
대미를 장식하는 매트섀도우들도 버릴 색이 하나도 없다. 패스워드랑 위스키는 워낙 무난해서 자주 손이 갈 것 같고, 써틴에는 미세한 펄?이 있어서 매끈매끈한데 확실히 딱 눈썹뼈에 하이라이트용으로 쓸 수 밖에 없는 색.
특히 콤버스트는 지금 배송되고 있는 로라 카메오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딱 찾던 핑크베이지 음영색이다. 실제 눈에 올리면 핑크기운은 많이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음영만 남아서 예쁘다.
[브러쉬]
돔형 스머지 브러쉬와 블렌딩 브러쉬가 들어있는데, 쓸만하다. 부들부들함.
피부에 베이스도 제대로 안깔고 성급히 야밤에 색칠놀이좀 해봤다.
블랙마켓+스몰더+패스워드+아머로 베이직한 블랙베이스 스모키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덧글
토토 2015/11/17 23:35 #
포도젤리 2015/11/18 06:36 #
저도 그냥 반품해 버릴까 고민하다가 케이스를 딱 열었는데 발색욕을 참지 못하고 너무 발라보고싶어서 발라버렸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