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비트 잡담


1. 

오늘은 감염병 걸린 이야기. 출근길에 마스크 안에서 당연히 나야하는 립스틱의 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가 자가 검사 키트를 꺼냈다. 처음에는 음성인 줄 알고 한숨 돌린 것도 잠시, 기다리니 T 란에 희미한 한줄이 더 나왔다. 사무실에 알리고 즉시 짐 챙겨서 임시선별검사소로 향했다. 그날 마침 예쁜 옷 좀 입는다고 (왜 이날 예쁜 옷을 입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따로 글 써야지) 치마에 얇은 자켓 하나만 입고 나갔었는데 우중충하고 찬바람 부는 밖에서 한시간 넘짓 기다려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다음날 문자를 받으니 결과는 "미결정". 미결정 판정을 받으면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단다. 몸은 안좋고 할일은 산더미 같은데 자가용이 없는 나로서는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으니 30분 걸어서 임시선별검사소까지 가서, 1시간 넘게 기다리고, 다시 30분을 걸어와야 하는 것이 매우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냥 검사는 나중에 받기로 하고 셀프로 격리하며 일과 회복에 몰두했다. 그리고 사실 자가검사 양성이 나온 바람에 가족뿐만 아니라 온데서 한약이며 용돈을 보내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줄 몰랐다) 갑자기 음성이 나와서 출근하는 것도 그림이 좀 이상해져서 검사를 미룬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웃긴 것은 양성판정을 받는 것도 내가 혹여나 다른사람에게 전염을 시켰을까봐, 혹은 그렇게 의심될까봐 너무 부담스럽고. 음성 판정을 받는 것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떤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동료 및 상사에게 추가 업무와 걱정을 안겨줘야 하는 것이 나름의 걱정이라, 아예 일반 감기인 척, 아닌 척, 안아픈 척 하며 최대한 접촉은 피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고 싶은 유혹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나야 다행히 주변사람들의 많은 배려로 편하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아닌 척 해야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 (그들 때문에 아마 나도 걸린 것일 테지만)을 손가락질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확실히 그냥 아무 도움 없이 타이레놀과 쌍화탕, 도라지청으로는 버틸 수 없을만큼 정신이 혼미하고 미열이 나고 목이 아프더라. 

어쨌든 며칠 후 정신이 조금 들어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또 결과는 "미결정". 이때부터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계속 미결정이 나올 바에야 처음에 검사 받을 때 양성 판정을 받고 7일 격리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계속 미결정 판정이 나와서 양성으로 마음놓고 쉬지도, 그렇다고 마음놓고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면 어떻게 하지. 이미 다음주부터 또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하는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아닐까. 회사에서도 확진을 받고도 재택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확진도 안되었는데 쉬엄 쉬엄 일했다고 안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에서도 미결정 판정으로 결국 확진이 나올 때까지 행정연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될까봐 근심을 안고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갔다. 다행히 다음날 PCR음성이 나왔고,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후각도 다행히 돌아왔지만, 사실 처음에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때는 아찔했다. 향수를 좋아하고 향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즐거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다니. 강한 냄새를 계속 맡는 것이 좋다길래 부엌장을 열어 참기름이며 간장이며 닥치는대로 냄새를 맡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팟타이를 시켜먹었는데 어렴풋이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태국음식<3) 그 후로 차차 후각이 돌아온 것 같다. 100% 회복했는지는 잘 판가름이 안되지만 어쨋든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2. 

결론은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채식과 소식에 집중하려고 한다. 오늘은 소금물에 삶아서 껍질을 깐 비트를 가져와서 아침으로 조금 먹고, 점심으로도 먹었다. 페타 치즈를 뿌려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치즈는 깜빡하고 안가져왔다. 그래도 소금물 때문에 약간 짭짤해서 단짠단짠의 매력이 있다. 

비트는 마켓컬리에서 주문했는데, 커다란 비트가 4개 왔다. 껍질째 헹궈서 냄비에 물 가득 채우고 소금 한 큰술 넣어 뭉근하게 한시간정도 뒤집어 주면서 끓이고, 30분 - 한시간 정도 불을 끄고 식히면 적당히 따듯할 때 칼로 껍질을 쉽게 깔 수 있다. 적당히 잘라 용기에 소분해서 그냥 먹거나, 오븐에 구워서 먹을 수도 있고,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달달하니 좋다. 예전에 정제설탕을 아예 끊었을 때는 비트 즙과 식초로 초밥을 만들어 먹었을 정도로 단 맛이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다. 식감은 삶은 무와 당근 사이 어딘가에 있다.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비트의 붉은 즙이 치아와 입술, 손 등에 쉽게 묻어 언뜻 보면 피가 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으니 먹고 난 후에는 점검이 필수이다. 옷도 물론 조심해야 한다. (사실 입술에 약간 틴트처럼 묻으면 매우 예쁘다...ㅎㅎ) 

비트는 혈압을 낮추는 데에 좋고, 몸의 염증반응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신장결석, 담낭 등 신장 질환자에게는 좋지 않다고 하니 너무 많이 먹지 않는것이 좋다고. (그리고 화장실을 갈 때 비트의 색소 때문에 피(!) 를 보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니 너무 놀라지 않도록 해야한다.)

업무 특성상 식사약속이 있으면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많이 먹어야 해서 (라고 쓰고 먹을 수 있어서, 라고 읽는다) 앞으로는 최대한 과일이나 채소, 그릭요거트 등으로 약속 없는 끼니는 해결하려고 한다. 과연 이번에는 이런 다짐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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