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일지 잡담

요즘 말도 안되게 집중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어서 해야할 일 목록을 만들고 그것이 끝나기 전에는 퇴근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늘 할일

1. X문서 수정사항 반영 - 11:50 완료
2. 문서 제출 준비
3. 회신 작성
4. Y문서 수정
5. Z문서 수정
6. 문서 검토 - 11:50 완료
7. 미팅 어레인지

순서는 6=1>7>2=3>4=5.

다 해버린다. 으쌰으쌰.


에디의 셀린 잡담



피비 파일로가 떠나면서 남긴 빈자리를 에디 슬리먼이 채운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안타까워한 이들의 논지는, 감각적(센슈얼) 이지만 섹슈얼하지 않은 진취적이고 지적인 여성을 위한 셀린을 피비가 구축했는데, 이를 에디가 다 망쳐놓았다(!) 는 것이었다. 깡마르고 중성적인 체형, 밀착되는 실루엣, 환란과 화려함, 반짝이는 라메와 시퀸과 스튜디오 54 등의 키워드로 재생산되는 에디의 셀린이 근 15년에 걸친 디올 옴므나 이브를 뺀 생로랑 때랑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분석은 에디가 셀린에 온 이후로 매 시즌 나오는 비판이다. 이러한 여론에 에디는 자신만의 스토리와 색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태도로 대항하고 있는 듯 하다.

피비의 셀린에 대한 예찬을 수도 없이 들은 터라, 돈을 벌게 되면 꼭 피비의 셀린을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만 내가 월급을 모아 백화점 셀린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된 시점에는 피비의 팬들이 셀린의 E에 악쌍이 아직 남아있는 옷들을 싹쓸이 하고 셀린 매장은 에디의 비전에 맞춰 탈바꿈된 후였다. 결국 피비의 셀린을 직접 사서 입는 경험은 내게는 멸종한 도도새와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에디의 생로랑에 대한 갈망도 갖고 자란 세대인 나로서는 에디의 셀린도 크게 싫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쉽다. 이제까지 자라나 h&m에서 사 입었던 옷들이 에디의 실루엣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도 하고, 특유의 시퀸이나 실크로 만든 원피스에 가죽 자켓을 입는다거나 오버사이즈 수트자켓을 입는 스타일링의 문법이 내게는 너무 익숙하다. (반대로 그만큼 여성성이나 여성의 성적대상화에 대한 현재 논의에 비추어 보아 에디가 만드는 여성복의 몇몇 요소들은 너무나도 구시대적이기도 하다. 반짝이를 덕지덕지 붙인 앉지도 서지도 못할 것 같은 사탕껍질 같은 짧은 원피스에 서있지도 달리지도 못할 것 같은 플랫폼 하이힐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구시대적인 의복의 문법이 잔존하는 직장과 집단에 속한 나에게는 에디의 셀린을 입는 다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고, 좋게 말하면 안전한 선택이다.

투쟁은 좋다. 투쟁을 하는 사람에게도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매일의 의복이 투쟁일 필요는 없다. 사치품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의복이라는 형태의 사회적으로 학습된 기표를 지님으로써 기득권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애초에 투쟁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 에디의 컬렉션은 1970 년대 파리의 부르주아 계급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라는데 투쟁력은 0에 가깝다. 더 나아가 피비의 셀린에는 지적인 유희가 있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도 한낮 제 일세계의 문제 (first world problem)이자 허영일 뿐인지도 모른다. 이미 거대 자본주의의 달콤한 부름에 내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을 기꺼이 흘려보내는 상황에서, 조금은 안락한 선택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여러 의미에서 후회하게 될 말일지라도 말이다.

길게 얘기했지만 사실 이건 그냥 올해 셀린에서 옷 몇벌 샀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예뻐서 기분좋다는게 포인트고, 앞으로도 셀린에서 옷 마음껏 많이 사고싶다는 뜻이며, 피비 셀린 못입어보고 에디 셀린만 입게 된 것을 정당화하는 글이다. 2020년 가을, 겨울 컬렉션 중 눈여겨 보는 착장 몇가지로 마무리:

















미라클 모닝 잡담

요즘 유튜브에서 신사임당이라는 분이 성공한 사람들, 혹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맛 본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영상을 보는데 심취해 있다.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그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또 삶에 대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흥미로워서 계속 보게되는 것 같다.

많은 인터뷰 중에서도 기억에 특히 남은 인터뷰는 부동산 경매, 공매로 월 6000만원의 수익을 올리신다는 분과의 인터뷰인데, 마찬가지로 그의 삶의 태도나 루틴이 궁금해졌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유튜브에서 보시라고 긴말은 안하겠지만, 관련있는 부분만 요약하자면 이분은 '미라클 모닝'을 통해 자기 시간을 확보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경매공부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3시간, 점심시간 1시간, 저녁에 3시간, 총 7시간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7시간 정도면 거의 보통 사람들의 2배의 시간을 활용하여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라클 모닝이 뭔가하고 찾아보니 자기계발서였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뻔한 내용 (백인 남성이 인생의 고난에 직면해 명상과 자아성찰의 소중함을 깨닫게되는 내용) 이기는 한 것 같았지만 냉소는 접어두고 한번 귀 기울여 보기로 했다.

교보문고 샘 2 (월 2권) 지금 1000원 프로모션 하길래 가입해서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을 대여해서 읽어봤다. 뻔한 내용은 맞다. 다만 여러 거창한 행동지침을 주는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일단 아침에 6분만이라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비교적 실행하기 쉬운 말에 솔깃해졌다.

아침 일상 시작 전 적어도 1분씩 6가지를 해내야 하는데, 내가 이해한대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1. 명상 (눈을 감고 자신을 들여다 보는것)
2. 확신의 말 (만트라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3. 시각화 (이미지 트레이닝 - 성공한 나의 모습)
4. 쓰기 (뭐든지 떠오르는 대로 써도 괜찮다)
5. 읽기 (자기계발서가 좋지만 어떤 책이든 평소 읽고싶었는데 못읽은 책도 좋음)
6. 운동 (거창한 운동은 필요없다. 최소 1분간 심박수만 높여주면 됨)

이렇게 6가지를 해내면 되는 것이다.

미라클 모닝을 읽은 것이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월요일이 너무 기대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미라클 모닝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 할 것과, 평소 읽고싶었던 책, 쓰고 싶었던 포스팅 등을 할 시간을 확보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 결과 새벽 2시가 넘어 잠들었고 6시반에 알람이 울리자 어마어마한 고민에 직면했다. 분명 책에서는 알람시계가 울릴때 "나중에 알림" 버튼을 누르는 행동 자체가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기에, 전날밤 시각화 했던 나의 모습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나중에 알림" 보다는 "알람 해제"를 누르고... 다시 잠들었다.

둘째날 화요일도 마찬가지.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분명 7시에 알람을 맞춰놨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8시 반이었다. 다만 월요일, 화요일 모두 미라클 모닝이 안되면 미라클 애프터눈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1분간 명상과 확신의 말만 진행했는데, 확실히 바쁜 시간에 잠시 두뇌를 휴식한다고 생각하니 개운하고 굉장히 뇌가 편안해짐을 느꼈다.

오늘 수요일. 월요일 화요일 이틀간 회사에서 미라클 모닝을 외쳤던것이 자기암시의 효과가 있었는지 6시에 눈이 떠지면서 개운하게 느껴졌다. 잠시 명상을 하고, 샤워를 하고, 7시쯤 출근을하여 확신의 말을 읊고, 시각화를 하려 시도하고, 이 블로그 포스팅을 쓰고, 곧 잠깐 1페이지라도 글을 읽고 스트레칭을 할 것이다.


조금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쓴 확신의 말을 공유한다. 나는 정말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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